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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20m 옆에 또 마트를 짓는다고?

전병휴 기자
등록일 2026-02-11 13:06 게재일 2026-02-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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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농협의 ‘무한 경쟁’...치적 쌓기 논란 확산

고령농업협동조합(이하 고령농협)이 신축 추진 중인 본소 및 하나로마트 부지가 기존의 한 대형마트와 직선거리로 불과 20m 남짓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역 상생을 앞장서야 할 농협이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코앞’ 경쟁을 자처하며 80억 원의 빚을 내는 것을 두고 “조합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도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령농협이 신축을 추진하는 고령군 대가야읍 대가야로 1387 인근은 이미 대형마트들이 밀집해 있는 유통 격전지다. 특히 신축 예정 부지에서 불과 20m 거리에 대형마트가 버젓이 영업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매장을 짓겠다는 계획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다.

대가야읍 주민 B씨는 “길 하나 건너면 마트가 있는데 거기에 또 하나로마트를 짓는다는 건 같이 죽자는 소리 아니냐”며 “대가야읍에만 이미 7개의 마트가 운영 중인데, 80억 원을 빚을 내 이런 출혈 경쟁지에 쏟아붓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종순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의 10억 원 무상 지원과 1.5%의 저리 차입 조건을 내세워 사업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전체 사업비의 약 90%에 달하는 80억 원을 빚으로 충당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1.5% 이자가 아무리 낮아도 80억 원이라는 원금은 고스란히 조합의 부채로 남는다”며 “특히 기존 마트와 불과 20m 거리에서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자는커녕 마트 운영 적자로 인해 원금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리 대출이라는 ‘미끼’가 오히려 조합을 부실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독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 A씨는 “이사회와 총회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대가야로 1387 부지의 구체적인 입지 조건이나 80억 원 차입에 따른 장기적 재무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조합원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1.5%의 유혹, 그 뒤에 가려진 80억 원의 청구서이자율 1.5%는 분명 매력적인 숫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빌린 돈’에 붙는 꼬리표일 뿐이다. 80억 원의 원금은 고령농협의 자산 가치를 갉아먹고, 미래 세대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무거운 짐이다. “이자가 싸니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안일한 판단이 고령농협을 회생 불능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뼈아픈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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