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세대가 부모보다 잘사는 것이 정상적 흐름이다. 자식이 부모보다 못산다면 나라의 경제 사정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인플레이션, 고용불안 등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도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가 등장할 거란 예측이 나왔다. 실제로 2010년 이후 2030세대의 실질소득 성장률이 1~2%에 그쳐 부모세대 성장률 5-10%에 비해 크게 뒤져 이런 우려가 흘러나온 것.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의 빈부 흐름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최근 젊은세대의 취업난과 고용불안, 물가상승 그리고 집값 폭등을 보면 부모세대보다 자식세대가 더 살기 어렵다는 느낌을 가질 만하다.
특히 주거문제에서 큰 차가 난다. 부모 세대는 노력만 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몇 달 월급을 모으면 전세도 구할 수 있어 지금처럼 집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PIR을 보면 서울의 경우 13.9배(2024년)로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이가 주택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자신을 주거 빈곤층이라 한다.
현재의 MZ세대는 부모보다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외국 경험을 한 세대다.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라는 평가도 있다. 지금 그들이 직면한 경제적 상황만으로 자식이 부모보다 못 살 거란 단정은 무리일 수 있다.
다만 지금 우리 경제가 빚 걱정 없는 중간층이 줄고 계층 간의 격차가 심각히 커지는 현상은 기분 좋지 않다. 부모보다 못사는 자식이 등장할 조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