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경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TK 행정통합 이후 관건은 자치권 확대와 공간 분업”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TK 행정통합, 성패는 재정·권한 실질화에 달려”
대구경북 행정통합 이후 지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자치권 확대와 공간 기능의 전략적 분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박태경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8일 “예산만 내려오고 기존 규제와 절차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는 ‘돈만 있는 자치’에 불과하다”며 “행정안전부 승인과 보고 절차 등 중앙 규제를 대폭 완화하지 않으면 통합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통합 이후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넓은 행정구역이 되는 만큼, 경북 북부권 소외 문제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영주·상주·봉화·울진 등 경북 북부 지역을 ‘기역자’ 형태로 비유하며 “현재 구조를 그대로 두면 인구와 자원이 대구 중심으로 쏠리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능 중심의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그는 “대구와 인접한 구미·경산·포항 등은 경제·산업 중심지로 키우고, 통합특별시의 행정 중심은 경북도청이 위치한 안동에 두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행정수도와 경제수도를 분리해 운영해야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 이후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청사 소재지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특별법에는 행정 중심지, 경제 중심지, 동해안권 제3 거점 등 최소한의 공간 합의가 담겨야 한다”며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권 역시 독립적인 역할과 위상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정한 행정통합은 재정 20조원 규모의 지원을 넘어, 규제 완화와 권한 이양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광주·전남, 대전·충청과 연대해 지방 분권 확대라는 공통 과제를 함께 요구하는 전략도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통합의 실질적 성과를 위해서는 재정의 성격과 권한 이양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향후 관건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28일 “행정통합은 출발점일 뿐”이라며 “전략산업 육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권과 재정권이 함께 내려오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특히 정부가 약속한 5조원 규모 재정 지원의 운용 방식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금액보다도 재원이 용도 제한 없는 포괄 재정으로 내려오느냐 여부”라며 “통합특별시가 재량적으로 산업 육성, SOC 투자, 낙후 지역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통합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행정통합이 지방자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 교수는 “재정과 권한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방자치는 형식에 그친다”며 “이번 통합은 중앙 의존 구조를 벗어나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진단했다.
과거 제기됐던 경북 북부권의 우려에 대해서 그는 “통합 이후 재정 자율성이 확보된다면, 오히려 소멸 위험 지역에 정책적 가중치를 두는 선택이 가능해진다”며 “통합이 곧 대구 쏠림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정책 설계에 따라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군 권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통합으로 시·군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며 “특별시 권한이 강화될수록 단계적으로 시·군의 자치 권한도 함께 키워야 지역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