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가 주지 선거 과정에서 수억원 대의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내 대표적 사찰로, 경주와 포항, 영덕 등 경북 동해안 일대 조계종 사찰을 관할하는 11교구 본사라는 점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경주 소재 모 사찰 A주지 등 그 측근에 의해 제기됐다. A 주지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변에 불국사 현 주지 종천 스님 측이 2024년 7월 2일 열린 주지 선거를 전후해 산하 말사 주지 등 투표권이 있는 관계자들에게 모두 3억6000여만 원의 현금을 전달했다고 폭로를 이어왔다. 사실상이라면 매표행위에 해당된다.
과정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주지 선거를 며칠 앞둔 6월 28일 불국사 주지 권한 대행이었던 현 주지가 총괄 관리하던 불국사의 발전위원회 기금에서 3억원, 문중기금 1억원, 국장모임 1억원 등 총 3개의 계좌에서 5억원에 달하는 돈을 인출한 후 살포했다는 것이다.
특히 현 불국사 주지가 당시 현금이 아니라 계좌에서 10만원권 수표로 인출된 사실을 인지하고 다음 날인 29일이 휴일임에도 농협 지점장에게 연락한 후 재무 스님을 시켜 1억5000여만원을 현금으로 교환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A 주지는 이 돈이 7월 1일까지 불국사 사무실 옆 모 커피숍 등에서 불국사 주지 선출 투표권을 가진 말사 주지 94명에게 지급됐다고 밝히고 구체적으로는 39명에게는 500만원씩 1억9500만원, 55명에게는 300만원씩 1억6500만원 등 모두 3억6000만원이 여비 명목으로 지출됐다고 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선거 관련 대중공양비 5400만원이 나가는 등 당시 주지 선거에 총 4억2770만원이 불법 지출됐다며 세세한 자료까지 제시하고 있다.
A 주지 측의 이 주장은 최근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증폭됐고, 조계종 총무원도 민원이 들어오자 불국사에 대해 감사를 포함해 진상조사를 연초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A 주지 측은 조계종 총무원에 지난해 5월 탄원서를 접수했으나 종단 측이 현재까지 묵묵부답이었다며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선 확실한 조사가 필요한 만큼 조만간 사건 일체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불교계에서는 이 논란이 나오자마자 이 이슈를 터트린 당사자로 주지 선거 당시 불국사의 핵심 자리에 있었던 경주 시내 모 사찰 A 주지를 지목했었다. 정보나 자료로 미뤄 그가 아니면 확보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이다.
불국사 내부에서도 이 의견에는 궤를 같이한다. 제11교구 스님들에 따르면 종천 스님이 권한대행으로 재직하던 당시 A 주지는 불국사의 살림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던 상태였다.
당시 불국사 큰 어른인 회주는 종상 스님. 불교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거목이었던 종상 스님은 불국사 내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11교구 내에서는 말이 법이나 다름없던 종상 스님은 종천 스님을 차기 주지로 지지하며 내세웠고,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종천 스님은 무난하게 주지직에 올랐다.
그러나 회주 종상 스님이 그해 11월 8일 갑작스럽게 입적하면서 사태가 복잡해졌다. 누가 불국사 주도권을 잡느냐는 선으로까지 비화됐다. 이 내홍에는 불국사 내 돌아가는 사정을 꿰차고 있었던 A 주지도 가세한다. 그는 종천 스님의 선거 당시 불법과 비리를 승부수로 띄웠다. 하지만 친위 쿠데타는 종상 스님 문중의 벽이 워낙 두텁다 보니 성공하기 어려웠다. 종상 스님 문중은 한발 더 나아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역공에 나섰고, 회의 끝에 A 주지를 제명했다. 사실상 문중 호적에서 완전히 배제된 A 주지는 더 이상 불국사 내부에 머물 수 없게 되자 외부 세력과 연계해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점차 확대되며 현재의 사태에 이르렀고, 지역사회로까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사안도 아닌, 불국사 주지 선거에서 수억원의 돈이 살포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현재 난감해진 측은 주지 종천 스님이다. 아직 주지 임기가 2년 더 남아 있는 종천 스님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적잖은 생채기가 나버려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내부에서 거론되는 해결방안은 세 갈래다. 첫째는 종천 스님이 불국사 주지 직을 사직하는 것이며, 둘째는 조계종 총무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셋째는 회주 법달 스님의 의견이다. 만약, 둘째와 셋째에서 별 문제 없는 판단이 나올 경우 종천 스님은 주지직 유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천년 고찰 불국사는 진실 공방을 둘러싸고 더 큰 회오리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황성호·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