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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잡던 손, 커피 향 품었다”···철길숲 지키는 소방관 출신 다방 주인

김보규 기자
등록일 2026-01-26 14:39 게재일 2026-01-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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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김동규씨가 철길숲 끝자락에 자리잡은 카페 동구다방에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포항 철길숲 끝자락에 있는 오래된 간판과 바랜 외벽 사이 44년 된 건물에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다방이 있다. 민속 주점이던 66㎡(약 20평)의 공간을 ‘동구다방’ 카페로 바꾼 김동규씨(28)는 SNS에서 더 유명하다.

지난해 7월 15일 개업한 이후 포항지역 파워 블로거와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개되며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타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생겼고, 많을 때는 하루 50팀이 찾았다. 

‘향긋한 커피, 따뜻한 마음’을 내세운 김씨는 “향기는 커피에서 나오지만, 따뜻함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2년여 전까지만 해도 김씨는 화재 현장과 구급 출동 현장을 누비던 소방관이었다. 2020년 공채에 합격한 뒤 포항남부소방서 해도119안전센터 구급대에서 근무하던 2023년 8월 공무원직을 던졌다. 24시간 근무 후 48시간 휴무가 반복되는 교대근무, 하루 출동이 10여 차례에 이르는 구급대 일정, 계급 문화 등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다.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도 바리스타 수업을 받은 그는 향과 손으로 커피 만드는 데 푹 빠졌고, 2021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서는 천직이라고 확신했다. 김씨는 “대학 시절 가까운 지인을 급성 백혈병으로 떠나보낸 경험 이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미루지 말자고 마음먹었다”라면서 “고민 끝에 휴직계를 내고 카페에서 일을 배운 덕분에 소방관 제복을 벗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원두를 맛볼 수 있고,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김씨 다방은 아메리카노가 없는 대신 콜드브루(4500원)와 핸드드립 커피(5000원)가 중심이다. 콜드브루는 초코, 민트, 사과 향을 살린 ‘동구밖’이 대표 메뉴다. 김씨는 생두를 주 단위로 주문해 매장 한편에 둔 소형 로스터로 직접 볶고 조합해 매주 2가지 메뉴를 내놓는다. 

공간 자체도 사랑받고 있다. 창문이 없는 구조에 입구를 지나 한 번 더 안으로 들어가야 8개 테이블과 20여 개의 의자가 놓인 카페 공간이 나온다. 바깥과 분리된 이 구조는 자연스럽게 ‘집중해서 쉬는’ 분위기를 만든다. 빈티지한 벽면에는 손님들이 남긴 쪽지가 빼곡한데, “책 읽기 좋다”, “조용히 머물다 간다”는 문구가 대부분이다. 

이벤트도 눈길이 간다. 손님들이 상자에 ‘듣고 싶은 노래’를 적어 넣으면, 그달 가장 많이 언급된 곡을 ‘이달의 음악’으로 정한다. 김씨는 그 노래를 SNS에 소개하고, 선정된 손님에게는 직접 포장한 책을 선물한다. 

김씨는 “지금은 이 자리를 잘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언젠가는 주차가 편하고 햇살이 드는 통창 공간에서 또 다른 형태의 다방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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