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관록 신현국 vs 정통 관료 김학홍 vs 문화전문가 엄원식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문경시장 선거는 현재 신현국(73) 현 시장, 김학홍(59) 전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엄원식(56) 문경시 교육지원과장 등 3명이 경쟁하는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할 계획이어서, 당내 경선 결과가 사실상 본선 향방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랜 정치 경륜을 지닌 현직 시장, 광역과 중앙을 넘나든 정통 관료, 지역 문화행정을 이끌어온 실무형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경험의 종류’를 놓고 시민들의 선택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 신현국 시장 ― 압도적 정치 경험, 그러나 사법리스크라는 그림자
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 정치사에서 가장 오래 이름을 남긴 인물 중 한 명이다. 30년 가까이 지역에서 쌓아온 정치적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며, 강한 체력과 집요한 추진력, 행정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은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징검다리 3선’을 통해 약 10여 년간 문경시정을 이끌어온 경험은 다른 후보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자산이다.
평산신씨 집안의 혈연 네트워크 역시 지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학연보다는 혈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지 기반은 신 시장 특유의 결집력을 만들어 왔고, 실제로 과거 무소속 출마에도 당선된 경험은 그의 정치적 생존력을 입증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신 시장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부담은 단연 사법리스크다. 직권남용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상급심에서 벌금형 이하로 감형되지 않을 경우 당선되더라도 곧바로 시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유권자뿐 아니라 공천권을 쥔 임이자 국회의원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 문제 역시 변수다. 강한 체력과 의지를 강조해 왔지만, 변화와 속도를 요구하는 행정 환경에서 연령은 일부 유권자들에게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시장이 공천 여부와 관계없이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지역 정가에서는 “신현국을 빼고 문경 선거를 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 김학홍 전 부지사 ― 정통 관료 출신, ‘안정과 관리’의 상징
김학홍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지난해 말 명예퇴직과 동시에 문경시 호계면 부모님 집으로 전입하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다. 국민의힘 입당 이후 지역 곳곳을 돌며 조용하지만 꾸준한 인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에서 근무하며 중앙과 광역 행정을 두루 경험했고, 경산시 부시장으로 재직하며 기초자치단체 행정 경험도 쌓았다. 특히 지난해 APEC 경주총회 당시 도지사를 대신해 행사를 안정적으로 총괄한 경험은 위기관리 능력과 행정 조정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김 전 부지사의 또 다른 강점은 학연과 혈연이다. 문경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한 유일한 후보라는 점은 지역 정서에 상당한 호소력을 갖는다. 김학문 전 문경시장을 배출한 경주김씨 가문이라는 점도 지역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임이자 의원, 그리고 그의 중학교 은사인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관계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로 거론된다.
작은 체구이지만 카리스마 있는 인상, 온화한 미소, 그리고 성실하게 쌓아온 공직 경력은 김 전 부지사의 이미지를 ‘안정형 후보’로 만든다. 다만 지역사회에서 아직까지 장단점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약점이자 동시에 가능성으로 평가된다. 정치적 색채가 옅은 만큼, 향후 어떤 비전과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그의 확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엄원식 과장 ― 문화행정 전문가, 그러나 ‘수장’ 검증은 과제
엄원식 문경시 교육지원과장은 올해 초 문경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그동안 연구해 온 문경 문화관광 발전 구상을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한 실무적 사령탑이 되고자 한다”며 출마 이유를 분명히 했다.
학예연구사 출신으로 26년간 문경시청에 근무하며 지역 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확충해 온 인물이다. 전국학예연구사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고, 문화예술과장과 문화예술회관장을 거치며 문경 문화정책의 핵심 브레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문경 문화행정의 상당 부분에 그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과 현장 이해도는 세 후보 중 가장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점촌고등학교 제1회 졸업생으로 오랜 기간 총동창회장을 맡아왔고, 500년 세거한 영월엄씨 집안이라는 점에서 학연과 혈연 역시 무난한 편이다. 늘 미소를 잃지 않는 태도와 활기찬 인사성, 시원시원한 업무 스타일은 공직사회와 시민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지금까지 쌓아온 그의 역량이 ‘참모’로서의 능력에 머물러 있었던 만큼, 한 도시를 총괄 경영하는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관광 분야를 넘어 경제·안전·복지 등 시정 전반을 아우르는 비전 제시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선택의 기준은 ‘경험의 무게’
이번 문경시장 선거는 단순한 인물 대결을 넘어, 어떤 유형의 경험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인 정치 경험의 신현국, 안정적 행정 관리형 리더 김학홍, 전문성과 현장성을 앞세운 엄원식. 공천 경쟁과 본선 레이스를 거치며 이들 3인이 어떤 비전과 해법을 제시할지, 문경의 미래를 가를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