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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포항 연안 침식 막으려면 ‘선택과 집중’ 필요”

김보규 기자
등록일 2025-12-28 15:25 게재일 2025-12-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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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현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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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현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포항 연안의 침식 등급은 지난 10년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최근 경북도가 발표한 ‘2025년 연안침식 실태조사’를 보면 포항 연안의 침식 우려 지역(C·D등급) 비율이 37.5%에서 25%로 줄었다. 포항 연안 8곳 중 송도·구룡포 7리·영일대∼두호동, B등급은 화진·용두∼월포·도구, C등급은 칠포∼용한·모포로 분류된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등급은 개선됐지만,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 여전히 나온다. 

포항 연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으로 천세현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제시했다. 

천 교수는 “포항 연안 8곳을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려 하면 예산만 분산되기 때문에 끝까지 지킬 해안을 먼저 정해 양빈과 관리를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해수면 상승과 하천을 통한 모래 공급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연안 침식은 예전처럼 자연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해수면이 오르면 해안선은 바다와 새로운 평형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난다. 여기에 치수 강화와 도시화가 겹치면서 과거처럼 하천을 통해 연안으로 유입되던 모래 자체도 크게 줄었다. 홍수를 잘 막을수록 역설적으로 연안으로 들어오는 모래는 줄어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천 교수는 동해안 침식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만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동해안은 원래 침식 속도가 매우 완만해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해안이었지만, 지금 문제의 핵심은 방파제 같은 인공 구조물이라고 분석했다. 방파제가 들어서면 파랑이 차단된 쪽에는 모래가 쌓이고 같은 해안 단위 안의 다른 쪽에서는 침식이 가속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구조적 문제는 송도와 영일대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천 교수는 “도구·송도·영일대는 과거 형산강에서 내려온 모래가 하구에 쌓인 후 파랑을 타고 분배되며 유지되던 하나의 모래 공급 체계에 속해 있었지만, 하천 정비와 항만 개발, 연안 구조물 설치로 이 연결은 사실상 끊겼다”고 했다. 이어 “특히 송도 남측 포스코 방향에 남아 있는 약 300m 길이의 돌제는 형산강에서 내려온 모래를 해변이 아닌 깊은 바다로 빠져나가게 만드는 구조”라면서 “한 번 깊은 수심에 가라앉은 모래는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칠포∼용한 구간은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해안으로 평가됐다. 천 교수는 “배후에 하천이 있어 일정 수준의 모래 공급이 가능하고, 파랑 조건이 살아 있어 서핑이 이뤄질 만큼 해안 에너지가 유지되고 있다”며 “양빈을 병행하면 A·B등급을 유지하며 관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현실적인 대응 수단으로 양빈을 제시했다. 천 교수는 “해수면 상승과 모래 공급 감소, 구조물 설치가 겹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양빈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양빈은 해안을 보기 좋게 만드는 미관 사업이 아니라 침식을 완화하는 관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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