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이
당신, 날
버렸지요
불빛 하나 없는 쓸쓸한 빈집에서
홀로 쓰러졌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슬픈 짐승이 되었지요
달이 뜨면
언어의 심장을 파먹으며
허기를 달래다
다시 아침을 맞아야 하는 생을
동정했어요
슬픔은 상처에서 온다지요
상처밖에 없는 나는
빈털터리, 텅 빈
늦가을 같아요
…..
한국 최초 서정시는 실연에서 비롯됐다. 실연은 서정시의 변함없는 주제. 위의 시는 실연당한 이의 마음이 도달한 극한을 보여준다. “쓸쓸한 빈집에서” “슬픈 짐승이 되어”가는 이. 그는 밤마다 마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언어의 심장을 파먹으며” 글을 쓴다. 하나 고통스러운 아침은 다시 오고, 이러한 나날이 반복되면, 상처에서 오는 슬픔도 없어진다. 그 자신이 상처만 남은, 늦가을 같은 빈털터리가 되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