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밤의 감촉인/ 어둠을 만져보았어/ 내게 먼 해안이 생겼어
도톨도톨한 흑백 건반은/ 저녁부터 비를 되풀이하고 있어
희고 검은 손가락이/ 가늘어지면서 건드리는/ 빗방울은 블루/ 비와 물방울을 이해한다면/ 나는 투명해지는 거지
창문으로만 보이는 겨울비 때문에/ 뒤척이는 눈물 대신/ 나의 해안은 자꾸 길어진다네
이상한 하루였어/ 물이 나면서/ 내가 물,/ 무엇이든 서로가 되는 날이었어/ 서로를 포옹하는 날이었어
……….
아름다운 몽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시. 이 몽상은 화자가 “밤의 감촉인/어둠을 만져보”면서 시작된다. “먼 해안이 생”기고, 그 해안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긴 손가락 같은 빗방울이 어둠의 건반을 누르며 연주하는 ‘블루’의 음악을 듣고 “비와 물방울을 이해”하게 된 “나는 투명해”진다. 그 음악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나’도 물방울이 되기 때문. 게다가 이 길어지는 해안선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서로가 되”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