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
버스 창가에 앉은 어린 딸이
내게 기댄 채 잠들었다
저를 모두 올려놓고
돌처럼 고요한 아이
버스는 정체되고
나는 새잎을 올려둔 고목같이
경건해진다
우리가 겹치기까지
멀고 먼 시간을 생각하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우린 잠깐
이토록 눈부시다
….
아름답고 눈부신, 그리고 눈물겨운 장면이다. 아이 가진 부모는 시가 보여주는 일을 자주 겪었을 테다. 버스나 기차 안에서 아이가 “저를 모두 올려놓고” 잠드는 일. 지나쳐버리기 쉽지만 시인은 이 일이 지닌, “새잎을 올려둔 고목같이 경건해”지게 하는 의미를 붙잡고 드러낸다. “멀고 먼 시간” 동안 우연과 우연이 겹치며 함께 존재하게 된 아빠와 딸이 지금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는 그 눈부신 의미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