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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도시철도,가능성은 0에 가까운데…또 다시 반복되는 `희망 고문 공약`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5-12-03 16:37 게재일 2025-12-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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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시장과 군수 등 단체장 선거를 비롯 시·도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유권자들을 잡기 위한 공약 개발이 한창이며 이미 출마선언 등을 통해 일부 발표도 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후보들의 공약이 과연 실현 타당한지 여부를 실시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니라 더 이상 헛 공약으로 선거판을 유혹하고 어지럽게 하는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이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 공약 시시비비에 대한 시민들의 제보(054-289-5060)도 받는다.  

⓵ 포항 도시철도 공약은 가능한가, ‘희망 고문’인가

최근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 중인 몇몇 예비후보들로부터 도시철도 도입 공약이 나와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선 이 공약은 정치적 구호로는 화려하지만, 실제 추진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매우 낮음’에 가깝다. 국내 타 도시의 선례와 포항시의 인구,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시민의 기대를 키우는 무책임한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린다. 냉철한 현실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도시철도 최소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포항의 현실

도시철도 건설은 대규모 인구와 고밀도 도심 집중형 구조를 전제로 한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하는 기준은 하루평균 이용객 13만 명 이상이며, 안정적인 운영 도시는 보통 인구 80만~100만 명 이상이다. 현재 포항시의 인구는 50만 명 수준으로, 대구(240만), 광주·대전(145만)은 물론 경제성 부족으로 추진이 불가능했던 청주(85만)·창원(103만)보다도 훨씬 적다.

더 큰 문제는 도시 형태다. 포항은 북구(양덕·환호)에서 도심(죽도시장)을 거쳐 남구(오천·구룡포 진입부)로 이어지는 반원형·선형으로 길게 흩어져 있다. 이는 전형적인 ‘도심 집중형’이 아니어서 승객 수요를 단일 노선에 집중시키기 어렵다. 동일 인구라도 도심 집중도가 낮으면 사업의 경제성(B/C)은 급격히 하락한다. 인구 66만의 전주보다도 수요 집중도가 불리한 포항이 도시철도의 최소 경제성을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타 도시 사례가 증명하는 ‘예타 탈락’의 높은 벽

포항 보다 인구 규모가 크고 도시 집적이 유리한 비교 도시들의 사례는 포항 도시철도 공약의 비현실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구 66여만 명의 전주시는 10년 넘게 검토했지만, 조사 때마다 B/C 0.3~0.6 수준에 머물러 사업비 과대와 운영 적자를 이유로 중앙정부가 사업 승인을 불허했다.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85만 인구에 광역 수요 가능성까지 있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103만 인구 대도시인 창원시도 아직 벽을 넘지 못했다. 인구 분산형 구조와 심각한 운영 적자 예상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 세 도시보다 인구가 적고, 수요 집중도도 낮은 포항시가 중앙정부의 예타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것이 객관적인 판단이다.

◇도시철도는 재정의 ‘블랙홀’···포항은 그럴 여력도 없어

도시철도 도입은 단순히 건설비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포항시 연간 예산 규모(2.6조~3조 원)를 고려할 때, 건설 사업비는 도시의 1년 치 예산 전체를 투입하는 수준의 막대한 규모다.
보다 심각한 것은 만성적인 운영 적자 문제다. 대전·대구·광주 등 대도시들도 도시철도로 매년 수백억에서 천억 단위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인구 50만의 포항은 탑승 수요가 이들 도시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연간 400억~6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방세 비중이 낮은 포항시가 이 같은 규모의 적자를 지속적으로 감당하며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도시철도가 아닌 포항시 재정의 ‘블랙홀’이 될 위험성이 크다.

◇시민을 우롱하는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식 공약

포항 도시철도 공약이 현실성이 부족함에도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선거 국면에서 ‘교통 개선’과 ‘도시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기 쉽고 지역 발전의 이미지를 제시하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실무적, 재정적 현실을 완전히 외면한 채 유권자의 기대를 볼모로 잡는 무책임한 행위라 할 수 있다.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공약은 결국 시민들의 소중한 정책적 관심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뿐이다. 공약을 낸 당사자들도 포항 도시철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터다. 그럼에도 이를 공약으로 고수한다면 이는 시민을 우롱하는 기만행위에 가깝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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