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자코테(류재화 옮김)
나의 시선은 한계선에 닿는다
거기 풀 속 물의 경주는
갈대밭에 이르러 거품으로 피어난다.
(중략)
이 물을 누가 나에게 주어 갈증을 풀까?
나는 들어가고, 나는 마신다
이 짚 문으로 나를 초대하는 것은 아마도 신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공기로 가득한 풀 속에 무릎을 꿇는다.
만일 내가 땅속에 눕는다면, 나는 날아갈텐데.
이 장소에서 땅은 파여 있다
땅은 물을 누워 있는 풀들의 수조 속에 받아놓는다
나는 오랫동안 거기서 목을 축인다
이어 이 짚 장벽에 몸을 기댄다
아, 누가 나에게 이 작은 골자기 같은 무덤을 만들어주나!
나는 안쪽에 무한의 그림자가 반짝이는 것을 본다.
……
2021년 작고한 프랑스 시인 필리프 자코테. 위의 시는 산문과 시가 섞인 작품의 후반부를 옮겨온 것이다. 시인의 시선에 들어온 갈대밭 속의 물. 그 물은 그에게 신성의 의미를 갖는다. 갈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의 육신이라기보다는 영혼, 그 영혼은 신의 초대로 짚 문을 열고 들어가 “풀들의 수조”에 “땅이 받아놓”은 물로 “오랫동안 목을 축”인다. 그러자 저 “안쪽에 무한의 그림자가 반짝이”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