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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

등록일 2025-12-04 15:06 게재일 2025-12-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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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미화

내가 쓰고 싶었던 건 못 쓰고 그 곁 느티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 아래에서 멍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아프다 그의 생을 모르지만 그가 아프다는 것을 안다 나는 느티가 그의 나무라고 생각했다 그는 소소라는 고양이를 키운다 그와 고양이는 나무 둘레를 매일 돌고 가지는 어느덧 푸르렀다 모두는 나무 그림자 속에서 출렁인다 못 받는 공 사랑할 수 없는 사랑···.여기 아닌 것 알 수 없는 둘레를 돌다가 먼 하루가 끝날 것 같았다

 

…..

느티나무 둘레를 그의 고양이와 함께 도는 ‘그’,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왜 나무 둘레를 도는 걸까. 나무는 푸르른 가지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 그림자 속에서 출렁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하여 ‘그’는 ‘느티’를 “멍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자신의 나무로 삼아서, 나무 그림자의 물결 위에 마음을 태워 “여기 아닌 것 알 수 없는 둘레를” 항해하며 마음을 치유하려 하는 것이겠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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