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아
코트를 꺼내 입고 거리를 나섰다. 바깥 주머니에서 영수증이 나왔다. 구겨진 가게가 나왔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상점도 나왔다. 낯선 사람들의 이름만 있는 종이를 찡그린 손. 잉크를 떨어뜨리듯 걸었다. 번져가기만 할 뿐 도무지 결집되지 않는 오후, 쓸모 있는 것을 찾는 안주머니에서 닻이 나온다. 흉터처럼 흉측하여 보는 것만으로 아파오는… 바람이 인파를 지우는 사이, 역 출구는 전면 폐쇄됐고 거치대엔 낡고 인장이 낮은 자전거가 묶인 채 담배 연기를 받아냈다.
………..
우리 삶의 닻은 어디 있는가. 모든 것이 “번져가기만 할 뿐” “결집되지 않는” 삶에서. 시인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상점”만이 서 있고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만 이루어지는 거리를 걸으며 표류한다. 출구는 폐쇄되고 어디론가 우리를 데려다줄 수 있는 자전거는 묶여 있는 상황. 하여 지금 쓸모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을 그래도 지탱해주고 있는 닻인 것, 그 닻이 “보는 것만으로 아파오는” 흉터처럼 흉측할지라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