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껍데기만 남은 노인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휴대폰을 주물럭거린다 그의 아내의 손인 양 주물럭주물럭
전동차는 역마다 쉬어가는데 노인은 손을 놓지 않는다 죽은 아내의 문자라도 보려는가 생전의 웃음을 보려는가
전동차는 찰카닥찰카닥 섰다 가고 노인은 아내의 모습이 휴대폰 창에서 흔들릴 때마다 꽉 쥔다
옆구리를 쿡 찌르기도 하고 얼굴을 만져보기도 하고 가슴에 꼭 안아보기도 한다
종로3가에서 노인이 내린다 전동차는 텅 빈 노인석을 공손히 들고 한 발짝 한 발짝 떠난다
….
노인이 아내의 손을 만지고 있는 양, “휴대폰을 주물럭거”리는 것을 보면 그 폰에는 죽은 아내의 사진이 담겨 있나보다. 이제 휴대폰 안에 모든 걸 저장하는 시대이니까, 저 노인도 이 시대의 삶의 양식 안에 있는 것이다. 애도와 그리움은 이 시대에 걸맞은 형태로 이루어진다. 하나 “아내의 모습이 창에서 흔들릴 때마다 꽉”쥐며 “가슴에 꼭 안아보기도” 하는 모습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동일한 사랑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