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사 감편만 900편··· 수산물 사실상 재수입 중단·일본 콘텐츠 줄줄이 취소
중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이 일본에 대한 경제·문화 분야 제재성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고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有事)’ 관련 국회 발언에 강력 반발하면서, 감편 확대·공연 취소·영화 상영 연기·수산물 수입 사실상 중단 등 영향이 순차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일본 방문 자제’ 조치 이후 중국 항공사들의 감편이 빠르게 늘고 있다. 12월 일본행 5548편 중 904편(16%)이 운휴로 전환됐으며, 이는 불과 이틀 만에 3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특히 관광 의존도가 높은 간사이공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감편 626편이 집중됐고, 나리타·중부·신치토세 등 13개 공항으로도 여파가 번졌다. 반면 수요가 안정적인 하네다공항은 7편 감편에 그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됐다.
항공권 가격도 급락했다. 상하이–간사이 노선의 12월 최저가는 전년 2만 엔대에서 올해 8500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발 일본 관광 수요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인바운드 회복세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올 1~10월 중국인 방일객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지만, 추가 감편이 이어지면 반등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항저우(11월28~29일, 3회)와 베이징(12월 19~21일, 5회)에서 예정됐던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의 뮤지컬 공연 총 8회가 전면 취소됐으며, 상하이 공연도 ‘협의 중’ 상태로 사실상 불투명하다.
일본공연 산업에도 여파가 미쳤다. 상하이에서 예정된 요시모토흥업 공연이 ‘불가항력’을 이유로 전면 취소됐다. 중국 정부의 대일 비판 이후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일본 관련 행사를 회피하는 움직임도 뚜렷해졌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중국 내 일본 관련 행사 약 20건이 이미 취소·연기되거나 중국 측 참여 철회가 확인됐다.
일본은 올해 6월, 후쿠시마 등 10개 현을 제외한 37개 지자체 수산물에 한해 중국 수입이 재개됐고, 이달 5일에는 홋카이도산 냉동 가리비 6t이 첫 출하됐지만, 중국 당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선 검사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사실상 통관 중단에 들어가 전체 수출이 다시 막힌 셈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가리비·해삼·수산 가공업체 등이 다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으며, 중국 수출 재개를 위한 등록시설 심사도 697개 중 단 3개만 승인된 상태로 사실상 통관 정상화는 기약이 없다.
이번 조치들은 모두 고이치 총리 발언 이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단행된 점이 특징이다. 항공·관광·문화·수산물로 이어지는 연속 타격은 중국이 여론 악화를 배경으로 비공식·비관세 형태의 경제적 압박 수단을 복수 동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이 일본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은 과거 사드배치를 문제삼아 한국의 관광업계나 소매업,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피해가 확산됐던 상황과 매우 흡사한 흐름이다.
감편 확대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 관광 수지와 면세·소매업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문화 콘텐츠의 중국 진출 차질은 영화·공연 산업 매출 감소로 , 수산물 통관 중단은 일본 수산업·가공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