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과기·안보·녹색전환에 국가 역량 총동원···韓 기업 ‘경쟁·협력’ 전략 재점검 필요
중국이 2026~2030년 경제·사회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15차 5개년 규획(15.5규획) 건의안을 확정하며 향후 5년 경제 전략의 큰 틀을 제시했다.
이번 규획은 기존보다 훨씬 강한 ‘첨단기술 자립·산업경쟁력 강화’ 기조를 내세우며 제조·기술·녹색·안보 등 전 분야를 국가주도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 육성, 내수시장 강화,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대응, 금융·무역 강국 전략 등 다층적 정책이 담겼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8일 ‘중국 15차 5개년 규획의 경제정책 방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첨단제조업·미래산업 중심의 현대화 산업 시스템 구축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고 진단했다.
또 보고서에서는 신에너지, 신소재, 항공우주, 저고도경제 등 ‘신흥기간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양자기술·바이오제조·수소·핵융합·체화지능(Embodied AI)·6G 등 미래산업을 조기 키운다는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산업망 자주통제, 핵심기술·장비 국산화, 첨단 제조 클러스터 육성 등은 기존 산업정책보다 더 강한 국가주도 전략으로 평가했다. 이는 반도체·장비·소재 등을 포함한 한국의 주력 분야와 직접적으로 경쟁 구도가 심화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번 규획에서 과학기술을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원천기술·핵심기술의 결정적 돌파를 명시했다. 집적회로, 공작기계, 기초소프트웨어, 첨단소재, 바이오 등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하면서 ‘신형거국체제’를 통한 자원 집중투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데이터 시장 통합, 디지털경제·AI+ 전략, 산업인터넷 고도화 등을 포함한 디지털 중국 건설도 추진한다.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 공제 확대, 자국산 혁신제품 정부조달 확대 등도 병행된다.
중국은 내수를 ‘국가 발전의 기본전략’으로 제시하며 소비력 제고, 생활서비스 고도화, 자동차·부동산 규제 정비 등을 포함한 소비 촉진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유효투자 확대를 위해 공공서비스·인프라 투자 비중을 늘리고, 민간투자 참여 촉진, 전국 통일대시장 구축도 주요 과제로 담았다. 도시화 확대, 인구 이동 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공서비스 배치 개선 등도 규획의 핵심이다.
대외개방 전략은 ‘질적 업그레이드’에 방점이 찍혔다. 중국은 높은 수준의 FTA 네트워크 확대, 자유무역시험구 업그레이드, 서비스무역·디지털무역 강화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협력 플랫폼을 전면 재정비할 계획이다.
또 일대일로(一帶一路)는 대형 인프라와 함께 “작지만 아름다운” 민생형 프로젝트도 병행하며 전략적 영향력 확대를 도모한다.
중국은 탄소피크·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풍력·태양광·수력·원자력 병행 발전, 에너지 저장 기술 강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확대, 녹색·저탄소 산업 정책 등이 포함됐다.
이번 규획의 또 다른 특징은 ‘총체적 안보’ 개념의 대폭 강화다. 식량·에너지·산업망·공급망·데이터·AI·해양·우주 등 신흥 안보 영역을 포함해 국가 통제가 전 분야로 확대된다. 이는 대외 제재·리스크에 대한 중국식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IEP는 보고서를 통해 15.5규획의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는 △첨단기술 분야 경쟁심화 △중국 내수 확대에 따른 소비시장 기회 △공급망 리스크 증가 △녹색·디지털 분야 협력 전환 등 전반에 걸친 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산업·기술 클러스터를 대대적으로 육성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소재·장비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 소비시장 확대는 기회로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산층 확대, 고령화·실버산업 성장, ESG·녹색소비 증가 등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시장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공급망 리스크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기술·데이터 규제 강화는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어, 한국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끝으로 녹색·디지털 부문에서는 오히려 협력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기술, 자동화 장비, 표준 공동 구축, 한·중 산업단지 등은 협력 가능성이 남아 있는 분야로 평가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