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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붕괴

등록일 2025-12-01 15:02 게재일 2025-1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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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쓰모토 야스히로(요시카와 니기 옮김)

욕망이 홍수처럼 도시를 덮쳤다

증권거래소의 전광판이 산산이 부서지고

욕망은 으르렁거리며 거칠게 바닥을 뒤덮었다

에스컬레이터를 넘쳐흘러 교차로에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욕망은 형체가 없어

문틈과 열괴 구멍을 비집고 스며들어

순식간에 모든 방을 잠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라졌다

살아남은 자들은 욕망에 흠뻑 젖어 있었다

밤이 되자 거리 곳곳에서 화톳불이 타오르고

사람들이 속삭였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리는 그저 행복을 원했을 뿐인데

그 외엔 아무것도 탐하지 않았는데

이윽고 모두가 잠들었다 잠시 후

차가운 비가 내려 화톳불을 삼켰다

 

….

자본주의 주식 시장은 햇볕을 비추어주기고 하지만 홍수를 뿌리기도 한다. 즉 자연과 같은 것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그저 행복을 원”하면서 이 시장에 참여하지만 곧 거센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라져버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욕망의 물보라에 흠뻑 젖어 있다. 실패한 이들은 “거리 곳곳에” 화톳불을 피워 “왜 이렇게 된 걸까” 속삭이지만, 그들이 잠들자 그 화톳불마저 시장의 차가운 비가 꺼뜨리고 만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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