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옥
퇴근도 아닌 출근길
2호선 지하철에서
모르는 옆 좌석의 여자가
내 어깨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귀찮아 몇 번이고
그녀의 머리를 바로 세워 놓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내 어깨에 머리를 떨구고 잔다
바로 세우는 것을 포기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여러 번 남의 어깨를 빌려 잠든 적이 있었다
빌리고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았고 빌린 어깨를 갚지도 않았다
오늘 바로 이 여자에게 그간 빌렸던 어깨를 갚는 날인가 보다
……
누구나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이가 졸음에 겨워 내 어깨에 자꾸 머리를 기대는 경험을 해보았을 테다. 하나 사실 나 역시 타인에게 머리를 기댄 적이 있을 터, 그처럼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우리 자신도 모르는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던 것. 고맙다는 인사도 건네지 않고 도움을 갚지도 않은 채로. 그러니 우리가 알게 모르게 도움 받았듯이, 타인에게 소소한 도움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시의 전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