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던 한여름의 밤
스치는 신선함 속에서, 나는 보았다
도로 위에 쥐포처럼 납작이 깔려 죽은 고양이 한 마리를
도로 위에 핏자국을 길게 흘리고 죽은 고양이 한 마리를
목각인형처럼 우두커니 한참을 서 있다
짓이겨져 나온 고양이의 핏발 선 눈앞에 한참을 서 있다
고양이를 들고 걸었다
사람이 볼 수도 해칠 수도 없는 수풀을 향해
사람이 떠들 수도 놀릴 수도 없는 수풀을 향해
축 늘어진 고양이를 들고 걸었다
비척이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손을 씻는데
차가운 수돗물에 하늘하늘 씻겨 나가는 고양이의 피는
물줄기를 연붉은빛으로 물들이며 씻겨 나가는 고양이의 피는
나의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 따뜻했더랬다
……
사람에게 놀림만 받다가 영문도 모른 채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 그 고양이의 눈은 사람을 증오라도 하듯 핏발이 서 있다. 죽음 이후에도 방치되어 있는 고양이의 주검. 시인은 고양이 시신을 사람들이 닿지 않는 수풀에 묻어준다. 사람 세상에서 떨어져 평안을 얻으라고. 집에 돌아와 손에 묻은 고양이의 피를 씻으며 시인은 이 피 역시 사람 피처럼 따듯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 피에도 생명이 담겨 있었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