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이 제법 있다. 처음 유튜브에 눈 떴을 때는 지식과 역사 채널을 골라 봤다. 너무 현학적이거나 편파적이고 흥미 본위의 채널이 성향상 맞지 않아 두어 채널만 남기고 빠져나왔다. 대신 어쩌다 보게 되면서 하나둘 늘어난 것이 국제결혼 가족들의 일상 채널이었다.
미국 남성과 한국 여성이 결혼하여 미국 텍사스의 삶을 보여 주는 ‘올리버쌤’은 구독자가 226만이나 되는 참 건강한 채널이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나 제도, 교육방식 등을 비교하기도 한다. 두 딸을 키우면서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는 부부는 종종 한국에 와서 처가식구들과 한달살이를 한다. 그들은 강아지도 진돗개를 키운다.
‘소피아패밀리’는 그리스 여성과 한국 남성이 결혼하여 한국에서 사람 사는 냄새 풍기며 알콩달콩 사는 일상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한국 남편은 커다란 웃음소리가 정겹고, 아름다운 아내는 제법 한국식 농담을 받아넘긴다. 딸 하나에 두 아들이 있는데, 최근 넷째 아이를 가져 구독자들에게서 애국자로 칭송받고 있다. ‘한국 사는 따냐’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착한 남편, 너그럽고 이해심 많고 유복한 시댁 식구들의 지지로 아들 하나 낳아 키우며, 신나는 한국살이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처음 구독 시작했을 때는 채 5만이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40만 가까이 구독자가 늘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쌍둥이 언니가 종종 실감나는 전쟁 상황을 보여 주기도 한다. 지금은 갓 돌 지난 아들 키우는 재미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정엄마와 대부의 먹방 영상이 많다.
몇 개월 전부터 구독 시작한 ‘태국박서방 TV’는 태국 부인과 결혼한 한국 남성의 태국살이 채널이다. 처음 접했을 땐 3만 정도였던 구독자가 그새 10만이 넘어 실버버튼을 받더니 지금은 15만이 훌쩍 넘었다. 태국의 시골에 살면서 허름했던 처갓집을 새로 짓고 가전제품을 하나씩 들여주는 영상이 몇 달 계속되는 사이에 폭발적으로 구독자가 많이 는 것 같았다. 최근에는 인근의 초등학교에 에어컨을 기증하고 설치하여 주는 영상을 보내주더니, 지난주에는 이웃과 함께 김장을 하고 수육을 삶아 나누어 먹으며 훈훈하고 따뜻한 한국 문화를 전파하기도 했다.
일상 유튜브 채널이라도 민낯의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진 않는다. 컨셉을 정해 편집을 거쳐 정제되어 나온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상 이면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어 신뢰가 간다. 그러므로 부담없이, 미소지으며 보게 되는 것이다.
문득 ‘선 넘지 말기’라는 말이 떠올랐다. ‘선 넘지 말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넘지 말아야 할 물리적 심리적 경계를 지키는 것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상대가 불편해하는 행동은 자제하는 매우 이성적이되 이상적인 태도이자 특히 부부와 같은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요구되는 태도가 되겠다. 국제 커플들은 문화와 언어 차이 덕분에 오히려 ‘선 넘지 말기’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들 부부와 그 주변의 가족들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