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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등록일 2025-11-09 15:48 게재일 2025-1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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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라몬 히메네스(김현창 옮김)

꽃 내음들이 우리를/ 잠시나마 운명의 주인으로 만든다.

 

어느 오후, 반쯤 열린 대문이/ 푸르른 하늘과 해를 들어오라 유혹하고/ 왠지 기쁨의 정조./ 창문으로 날아드는 한 마리 새와/ 어떤 예상치 않은 순간.

 

고독과 침묵 속에/ 존재하는 것은 우리 셋./ 방문, 인간, 신비.

 

시간과 기억들은/ 지름길로 오지 않고,/ 빛과 바람을 타고 온다./

 

우리는 조용한 바다 위로/ 미소 지으며 걸어간다.

 

그 집은 달콤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한순간,/ 우리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리.

 

….

195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페인 시인 히메네스의 시. 시에 따르면 “어떤 예상치 않은 순간”, 가령 ‘꽃 내음’이 자연의 문을 여는 때가 있다. 이 열린 문으로 하늘과 해가 들어오고, 창문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든다. “우리를/ 잠시나마 운명의 주인으로 만”드는 이 순간엔, 우리는 바다 위를 조용히 “미소지으며 걸어”가며 “빛과 바람을 타고” 오는 “시간과 기억들”을 맞이하고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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