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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실에서

등록일 2025-11-05 16:35 게재일 2025-1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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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오늘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족해

중얼거리며 거울을 보내

분 뚜껑을 열고 조용히

나를 지우기 시작하네

 

오늘 하루

걷고 먹고

말한 모든 것이

나를 지워가던 일

 

귀갓길에서 모란의 몰락을 보았네

 

오늘은 아주 조금 나를 걷어낸 것으로 족해

거울 앞에서

얼룩진 부분부터 지우네

저녁은 지워지지 않네

 

….

“사람이 되기 위해” “거울을 보”며 분칠로 “나를 지우”며 살아가는 삶. 현대인의 삶. 시의 화자에게는 일상 속에서 “걷고 먹고/말한 모든” 행위는 “나를 지우”면서 이루어진다. 그래야 ‘사람’이라는 이 세상 세인의 보편 표상을 보이는 삶을 살 수 있다. 하나 그것은 “귀갓길에서” 본 모란처럼 몰락하는 삶이다. ‘오늘’의 사회생활에서 묻게 된 얼룩을 아무리 지워도, 모란이 드러낸 몰락의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는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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