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호
떠나고 싶다 생각을 했다
아픈 누나가 준 카메라를 들고 가
마지막 사진은 행복하게 즐겁게
라떼를 마시면서 저녁을 맞았다
갈아 온 원두에 물을 부었다
(중략)
커피숍에 들러
야외의 소리들과 맞담배를 피우며
어두워지고 싶었다
수고했다고 처진 등을 다독이면서
들숨 한 번 크게 쉬고
오래된 여관에 들고 싶었다
……
낮의 삶이 있고 저녁의 삶이 있다. 낮은 활동하는 삶의 시간, 저녁은 어둠 속에 잠기기 전에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아마 시인은 “아픈 누나”를 보내면서 그녀가 준 카메라로 “행복하게 즐”거운 삶의 마지막을 찍었을 터, 그러고는 들른 저녁의 커피숍에서 황혼에 물들어가는 야외와 “맞담배를 피우”고 있다. 어둠에 잠기는 삶에게 “수고했다고 처진 등을 다독이면서”, “오래된 여관에 들”어 잠들기를 희망하면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