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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커피는(부분)

등록일 2025-10-30 17:48 게재일 2025-10-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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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떠나고 싶다 생각을 했다

 

아픈 누나가 준 카메라를 들고 가

마지막 사진은 행복하게 즐겁게

 

라떼를 마시면서 저녁을 맞았다

갈아 온 원두에 물을 부었다

(중략)

커피숍에 들러

야외의 소리들과 맞담배를 피우며

어두워지고 싶었다

 

수고했다고 처진 등을 다독이면서

들숨 한 번 크게 쉬고

 

오래된 여관에 들고 싶었다

 

……

낮의 삶이 있고 저녁의 삶이 있다. 낮은 활동하는 삶의 시간, 저녁은 어둠 속에 잠기기 전에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아마 시인은 “아픈 누나”를 보내면서 그녀가 준 카메라로 “행복하게 즐”거운 삶의 마지막을 찍었을 터, 그러고는 들른 저녁의 커피숍에서 황혼에 물들어가는 야외와 “맞담배를 피우”고 있다. 어둠에 잠기는 삶에게 “수고했다고 처진 등을 다독이면서”, “오래된 여관에 들”어 잠들기를 희망하면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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