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찬
엄마는 사과껍질을
누구보다도 길게 깎았다
사과껍질을 안 끊어지게 길게 깎으면
복이 들어온다고 했다
엄마는
긴 사과껍질 똬리를 틀며
자식들의 길이 끊긴 데 없이
한없이 이어지길 바랐다
엄마는 사과껍질을
안 끊어지게 아주 길게 깎았지만
정작 자신의 목숨은 짧게 뚝 끊어졌다
아버지만 엄마가 깎은 긴 사과껍질이었다
한 번도 안 끊어지고
정년퇴임까지
무거운 우체부 가방을 메고 다니셨다
….
이 시를 읽고 필자의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사과 껍질을 얇게, 끊어지지 않게 깎으셨던 엄마. 현재 할머니 나이인 엄마들은 모두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위 시 내용은 슬프다. 그 사과껍질처럼 “자신들의 길이 끊긴 데 없이” 이어지길 바란 ‘엄마’는 정작 일찍 돌아가셨다니 말이다. 하지만 ‘엄마’의 염원은 빛을 보긴 했다고. 아버지는 ‘정년퇴임까지’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오래 사셨다고 하니.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