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26%·평년比 20% 비싸 햅쌀 10만t 격리·할인폭 확대
햅쌀 출하가 본격화했지만 쌀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5일 찾은 대구 달성군 유가농협 매장은 쌀 수매로 분주했다. 막 나온 햅쌀 20㎏ 포대는 브랜드에 따라 6만 9000원에서 7만 2000원 선, 10㎏는 4만 1000원이었다. 유가찹쌀은 10㎏ 6만 9000원, 20㎏는 13만 5000원으로 책정됐다.
한 손님은 “최근 석 달 사이 쌀값이 너무 올랐다. 내렸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는데 7만 원 넘는 건 처음 본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구 한 마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꾸준히 팔리던 황금메뚜기쌀 20㎏ 가격이 7만 원을 넘겼다. 지난해 5만 원 미만이던 이 쌀은 지난 8월 초 6만 원 선을 돌파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구 대명동 주민 이건순(68) 씨는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으니 햅쌀이라 그렇다고 했다”며 “정부는 지난달에 햅쌀이 나오면 가격이 안정될 거라 했지만 오르기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쌀값은 석 달째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4일 기준 쌀(20㎏·상품) 소매가격은 6만 685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 3235원)보다 25.59% 높고 평년(5만 5559원)보다 약 20% 비쌌다. 지난달 초 6만 원을 넘긴 이후 상승곡선을 이어왔으며,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도 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9% 상승했다.
계속된 쌀값 급등에 정부도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초 쌀 수급 안정 대책을 추가로 내놓겠다”며 “올해 햅쌀 중 10만t을 우선 시장에서 격리하고 최종 생산량이 결정되는 내년 1월 이후 정밀한 수확기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앞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2025년산 예상 초과량 16만 5000t중 10만t을 시장 격리하기로 했다. 소비자 가격 안정을 위해 할인 폭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쌀값 상승 원인을 두고 국회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쌀값이 작년보다 30%가량 올라 소비자 부담이 크다”고 묻자 송 장관은 “부담된다는 소비자도 있고 쌀이 제일 싸다고 말하는 소비자도 있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 정부가 초과 생산량(5만 6000t)보다 훨씬 많은 26만t을 시장에서 격리한 것이 쌀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유가농협 관계자는 “쌀값은 시장 상황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생산 조절과 시장 격리 시기, 물량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안정되기도 하고 치솟기도 한다”며 “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을 세워야 현장의 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