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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함에도 정직과 겸손이 필요하다

등록일 2025-10-16 15:51 게재일 2025-10-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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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밑 북적이는 전통시장 ‘주차전쟁’
상품권은 받지만 영수증 발급은 안돼
일부 불친절 응대, 배려 문화 확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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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이 지난 후에도 죽도시장 입구에 여전히 온누리 상품권 환급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지난 추석, 차례상 장을 보기 위해 죽도시장을 찾았다가 마음이 편치 않은 경험을 한다. 죽도시장에 들어서면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무색할 때가 있다. 가격을 묻거나, 영수증을 요청하거나 카드를 내밀면 단호히 거절하면서도 외려 당당한 상인들이 적지 않다. 묻고, 요구하고, 내미는 쪽이 잘못된 분위기다.

평소 죽도시장보다 대형마트나 로컬푸드 직매장을 더 자주 찾게 된다. 가격이 명시되어 있어 흥정이 필요 없고, 생산자의 이름까지 적혀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신뢰감을 더한다. 그러나 추석 명절을 맞아 일부러 죽도시장으로 향한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명절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상인들을 걱정 하는 언론 보도, 그리고 국산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구매시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도 진행한다는 소식이 있어 지역 상권도 돕고 환급행사도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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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 새벽장의 노점상 모습이다. 새벽장 만큼은 현금 거래만이 가능하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염려와 달리 죽도시장은 주차부터 전쟁이었고 시장 골목은 대목장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손이 모자라는 듯 분주히 움직이는 생선가게 앞에서 잘 마른 생선을 고르니 이미 팔린 거란다. 다른 생선을 고르고 포항사랑상품권을 내밀며 영수증을 요청하니 영수증 발급은 안 된단다. 카드기기가 없다며 선심 쓰듯 “상품권을 받아주지 않았냐”기에 환급행사에 영수증이 필요하다니 “우린 그런 행사가 있는 줄도 모른다”며 약간의 언성을 높인다. ”영수증 발급을 못해 주시면서 왜 그렇게 당당 하시냐“고 물으니 ”이렇게 장사한 지가 몇 십 년인데 안 당당할 게 뭐 있냐“며 도로 역정을 낸다. 바쁜데, 뜬금없는 영수증 요구가 너무 성가시다는 표정이다.

영수증을 포기하고 문어 사러 간다. 역시나 가격이 올라 있다. 그래도 차례 상에 늘 오르던 것이 안 오르면 섭섭하니 좀 비싸도 한 마리 고른다. 영수증을 요청하니 이곳도 발급이 안 된다. 역시나 환급 행사를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다며 “저쪽 시장에서 하나?” 얼버무린다. 온누리 상품권 환급은 그냥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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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써 둔 가격표가 이색적이다.

시장 중앙 노점상 할머니께 콩나물 2000원 어치 달라 하니 “요즘 2000원이 어딨노. 기본이 3000원이다”라며 툭 던지는 말에 그냥 돌아선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으니 민생지원금도 포항사랑카드도 무용지물.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던 상인들의 하소연이 무색할 만큼 시장은 활기차고 손님들은 넘쳐난다. 왠지 속은 기분으로 죽도시장을 빠져 나온다. 전통시장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포항시의 배려로 공영주차장은 3시간 무료다. 못다 본 장을 보기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향한다.

포항시에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50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뉴스를 접한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통시장의 생명력은 정(情)과 신뢰, 그리고 편리함의 공존에 있다”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정직‘과 ’진심‘이다. 그들의 당당함은 오랜 경험과 자부심에서 비롯되지만, 그 속에 정직과 겸손이 더해질 때 진짜 신뢰가 완성된다. 그러나 그 당당함이 고객을 향한 배려를 잃는 순간 오만이 된다.

젊은 감성의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정직하고 친절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 노력하는 죽도시장이지만 일부 잘못된 당당함이 정직한 상인들의 노력에 흠집을 낸다. 전통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제도보다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당당함에도 정직과 겸손이 필요하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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