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첫날, 사법권 독립 격돌 추미애, 대법원장 이석 불허 관례 깨고 질의 답변 등 강행 국힘, 강력 반발… 국감 파행
여야가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증인출석’을 두고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부 독립 등을 거론하며 충돌하는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통상 관례와 달리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하고 질의를 강행했으며,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며 회의는 파행을 거듭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감 출석 직후 인사말을 한 뒤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얻어 곧바로 퇴장하는 것이 관례다. 이날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즉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 등에 대해 조 대법원장이 의혹을 해소한 적이 없었다면서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사전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증인 출석 요구가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와 사법권의 독립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운다면 법관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외부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삼권분립 원칙 존중과 사법권 독립을 주장하며 대법원장의 관례적인 이석을 강력히 요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은 ‘조희대 녹취’와 관련한 열린공감TV의 증인은 채택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 무죄 만들기’ 때문”이라며 “추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장도 상임위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 헌정사상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추 법사위원장과 민주당은 국회의 국정감사 조사권을 근거로 이석을 불허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참고인 신분이라며 “관례라는 이름으로 국회법에 명시된 조항을 회피할 수 없다. 누구보다 법을 존중해야 할 대법원장이 관례를 책임 회피의 방패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은 증인 선서 없이 약 1시간 30분가량 국감장에 앉아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적이 있나 없나” 등의 질의에 침묵을 지킨 뒤 오전 11시 39분쯤 추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자 국감장을 떠났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장을 나가면서 “마무리 발언 때 필요한 부분은 얘기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오후 국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