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對中) 추가관세 발표 여파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이 급락하며,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강제청산(로스컷)’이 발생했다.
1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11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을 전면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폭등했다.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코인글래스(CoinGlass)는 이번 사태를 “암호자산 역사상 최대 청산 이벤트”로 규정했다. 불과 24시간 사이 약 190억달러(약 27조2270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사라졌고, 전 세계 160만 명 이상의 투자자가 강제청산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70억달러는 단 1시간 안에 청산이 이뤄졌다.
비트코인은 주 초반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가인 12만5000달러를 돌파했으나, 10일 밤 뉴욕시장에서 한때 11만30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12% 넘게 급락했다.
브라이언 스트라가츠 멀티코인캐피털 주임트레이더는 “이제 시장의 관심은 거래 상대방의 익스포저(위험노출)와 그로 인한 연쇄효과에 쏠리고 있다”며 “총 청산 규모가 300억달러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충격은 암호화폐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미·중 갈등 재점화로 주식과 원유 등 위험자산이 동반 급락한 반면, 미 국채와 골드 같은 안전자산에는 자금이 몰렸다.
라비 도시 팔콘X 트레이더는 “10일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됐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리스크자산 매도가 확산됐고,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하방위험 헤지 수요가 폭증했다”고 전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알고리즘 거래 플랫폼 트레드파이(Tread.fi)의 데이비드 존 CEO는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블랙스완(예측불가능한 충격)’”이라며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변동성을 과소평가한 채 레버리지를 확대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빈센트 리우 크로노스리서치 CIO는 “과도한 레버리지가 낙폭을 키운 요인”이라며 “가상자산과 거시경제 변수의 연동성이 다시 확인됐다. 단기 변동은 이어지겠지만, 청산 후 반등 신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