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츠 “모든 수단 동원”···中 전기차·美 관세 압박 속 ‘기술 중립’ 주장 지역경제전문가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업체들도 해외정책변화 눈여겨볼 것” 주문
독일 정부가 유럽연합(EU)의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신차 판매 전면 금지’ 방침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탄소(CO₂)를 배출하는 자동차 판매를 완전 금지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주요 자동차업체 경영진과 회담한 뒤 “만약 내 뜻대로 된다면, 2035년에는 그런 엄격한 규제가 도입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EV)로의 전환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중심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대체에너지로의 이행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업이 숨 고를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자동차공업협회(VDA)의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은 “정부가 산업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고용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며 메르츠 총리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중·저소득층의 전기차 구매 지원을 위한 30억유로(약 4조9302억원) 규모의 보조금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EU ‘2035년 제로에미션 의무화’에 업계 반발
EU는 2035년 이후 판매되는 모든 신차를 ‘제로에미션(탄소배출 0)’ 차량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내세워, 사실상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유럽 완성차업체들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관세 인상 등 대외 압박 속에서 “현행 일정은 비현실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허용 기술의 정의를 넓히고 규제 시행 시점을 늦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립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의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은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보조엔진을 탑재한 렌지 익스텐더형 전기차(ER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 신연료 혼합 차량 등은 2035년 이후에도 허용할 수 있다”며 완화 입장을 내비쳤다.
△완성차 CEO들 “내연기관 완전 금지는 비현실적”
폭스바겐의 올리버 블루메 CEO는 독일통신(DPA)에 “전기차가 미래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켈레니우스 CEO 역시 경제전문지 매니저 매거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몇 개의 우회로가 필요하다”며 “전동화된 내연기관차라도 일정 부분은 계속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정치권 모두 ‘기술 다양성’ 강조
독일 정부와 업계는 ‘기술적 중립성(Technology Neutrality)’을 유지해야 경쟁력과 고용을 지킬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속한 전기차 전환이 산업 기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독일의 EU 내 입김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이번 메르츠 총리의 발언은 EU의 ‘탄소 제로’ 정책 추진 속도를 늦추려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된다. 내연기관차 금지 기한을 둘러싼 유럽 내 논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역경제의 한 전문가는 “대구·경북지역에는 대구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각지에 내연기관과 관련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들이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 EU 등의 제도적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나리오별 경영전략을 철저하게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