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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수상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10-09 20:29 게재일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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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단의 ‘어두운 시선’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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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출신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헝가리 출신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9일(현지시간)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그의 장편소설인 ‘저항의 멜랑콜리'(1989), ‘북쪽에서 언덕, 남쪽에서 호수, 서쪽에서 도로, 동쪽에서 강’(2003) 등을 소개하면서,  “인간 존재의 불안과 문명의 몰락을 심오하게 탐구한 서사로 현대문학의 지평을 확장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스톡홀름의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노벨문학상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노벨문학상 발표 중계화면 캡처

△ 헝가리 문학의 거장, “긴 문장 속의 묵시록적 세계”

1954년 헝가리 북동부 지오르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동유럽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장광설(長廣舌)처럼 이어지는 긴 문장과 묵시록적 세계관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인 ‘사탄탱고'(1985)는 공산주의 붕괴 직전의 헝가리 농촌을 배경으로 인간의 타락과 구원을 탐색하며, 벨라 타르 감독에 의해 7시간짜리 영화로도 제작돼 전설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유럽의 변방과 몰락한 공동체를 무대로, 체제 전환의 공포와 인간 내면의 허무를 독특한 문체로 직조한다. ‘끝없는 문장 속의 명상’으로 불릴 만큼 고독하고 철학적인 문체는 독자에게 일종의 정신적 체험을 남긴다.

△ ‘노벨문학상 단골후보’에서 마침내 현실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수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2015년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독일의 괴테상, 오스트리아 국립문학상 등을 통해 유럽 내 위상을 확립했다.
평단에서는 “20세기 후반 동유럽 문학의 잿빛 유산을 21세기 문명비판의 언어로 변환시킨 작가”로 평가된다.

△ ‘변방에서 중심으로’··· 동유럽 문학의 복권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은 아프리카·아시아 등 비서구권 문학을 조명해왔지만, 올해는 다시 유럽 내 변방으로 눈을 돌렸다. 헝가리라는 지정학적·문화적 경계의 땅에서 태어난 작가의 수상은 “문학의 중심은 여전히 언어와 사유의 깊이에 있다”는 상징적 선언이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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