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업에 대한 관세 인상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철강재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는 조치를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유럽 철강업계 보호를 위한 규정안을 발표하고 앞으로 모든 수입 철강제품의 연간 무관세 할당량(수입쿼터)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수입쿼터는 2024년 수입쿼터 3053만t보다 47%가 줄어든 1830만t으로 제한한다는 것. 이는 글로벌 공급과잉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3년 철강 수입량 수준이다.
쿼터 총량이 본격 줄게 되면 한국 등 주요 수출 국가들의 쿼터 삭감도 불가피하다. 특히 수입쿼터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 25%에서 50%로 관세율을 두 배 인상해 수출기업의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 철강업계는 EU의 관세인상 조치 발표로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보다 수출량이 더 많은 EU시장마저 관세장벽에 둘러싸이면서 시장상황이 매우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시장의 관세 인상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한국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공세와 이번 EU 관세 인상으로 사면초가에 갇힌 셈이 됐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시작된 무역 갈등이 바야흐로 자국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장벽을 높이는 보호주의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유럽의 관세인상도 그 배경에는 보호주의가 자리를 틀고 있다.
자체 관세를 높일 게 없는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세계로 확산되는 보호주의 무역 흐름에 가장 취약하다. 철강이 주력산업인 포항은 철강 관세폭탄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돈다. 철강산업 강화를 위한 정부의 발빠른 지원정책이 절박하다.
이런 상황에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여야 100여 명 의원이 합의 발의한 K-스틸법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산업의 위기와 기업의 존망이 달린 법안 처리보다 더 급한 민생은 없지 않은가. K-스틸법의 조속한 통과에 여야가 집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