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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과 개인정보

등록일 2025-10-09 16:05 게재일 2025-10-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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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문학연구자

바야흐로 해킹의 시대이다. 통신사와 카드사는 물론 국가 기관조차 해킹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듯싶다. 기술의 진보에는 사고가 수반되기 마련이라지만 해킹은 개인정보를 노리는 의도적인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보화 사회의 그늘’쯤으로 여기면 안 된다는 뜻이다.

사실 해킹 피해 관련 보도는 쏟아지면서도 정작 누가 이런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글로벌한 해커 집단이 지목되기도 하지만 쉽게 특정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만큼 가해의 회로가 복잡하기 때문일까? 해킹의 구조와 해커에 대해서도 더 대중적인 앎과 지식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해커에 대해 논하기 전에 개인정보의 빅데이터화에 대해서는 짚어둘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여러 플랫폼 사이트를 통해 개인 메일이나 클라우드 서버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구글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에서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개인정보를 넘기는 대가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 정보화되고 그러한 정보의 독과점에 모두가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 자의와 타의를 구분키 어려운 지점에서 개인정보의 빅데이터화는 이루어진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세드릭 뒤랑은 오늘날 디지털 생산의 기초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대해 독점적인 통제를 행사하는 구조가 있고, 여기에 개인과 조직이 어떻게 의존케 되는지를 논하면서 ‘기술봉건주의’라는 시대 규정을 제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대형 디지털 서비스는 벗어날 수 없는 일종의 ‘영지’이고, 하위 주체에겐 그러한 ‘디지털 토지’에의 ‘의탁’이 강제되어 있다. 지배 세력이 경제 잉여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결정하기에,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의존성과 잉여의 통제가 함께 이루어지는 ‘포식의 모델’이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자본 수익의 극대화는 생산의 극대화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통제의 극대화에 의존하게 되었다.

기술봉건주의 시대의 문제는 개인의 주체성이 말소된다는 데 있다. 플랫폼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제공하는 개인정보는 ‘위치 정보’와 ‘검색 이력’ 정도이기에 개별 단위로 보면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러한 사소한 정보가 수천만, 수억 개가 모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수히 모인 정보들, 즉 ‘행동 잉여’가 이용자의 행동 예측을 광고주에게 팔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 예측 상품 생산에 동원되기 때문이다.

구글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의 입장에서 이용자 개인은 고객이 아니다. 그들에겐 광고주가 고객이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는 원재료를 제공한 다음 몰수되는 물건에 불과하다. 즉 개인은 생산자(노동자)도 소비자(고객)도 아니고, 제공하는 개인정보조차 개별 단위로는 너무 사사로워 ‘상품’조차 되지 못한다. 이런 기술봉건주의의 현실에서 개인의 주체적 위치는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가장 긴급한 현대사회의 과제가 여기 있다.

/허민 문학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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