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발바닥과 뼈다귀를 핥다 지쳐
개들이 저수지로 온다
세상의 가뭄이라, 바닥이다
보라, 잡풀들과 억새들은 그런대로 잘 산다
그들의 생애가 푸르고 찬란하다
개들은 없는 밑천마저 탕진한 주제에
국물도 없다고 빈정거리며 드러눕는다
그 몰골로 먼 산을 본다
부끄러워 짖는다
모자라고 덜떨어진 존재들이라고
상대를 탓하며
파리채로도 사용 못 할 혓바닥으로
변명의 웅변을 가열차게 구사한다
치부를 가리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다고,
국밥 먹여 동원한 졸개들만 듣고 있다
밤이 되면 좀비가 되어
온갖 양념을 상상하며 빠는 손가락
내용 없는 아름다움에 도취된 결핍의,
그 편향의 마약을 끊어야 할 시간
제발 반역이랄 것도 없는
껍데기 혁명에 몰두할 일이 아니라
쪼그려 앉아 새싹이 돋는 법을 관찰하는 것이
차라리 도약의 자세이다.
…..
‘발푸르기스의 밤’은 마녀와 악령들이 산에 모여 춤을 추고 악마와 교류한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축제, ‘저수지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모를까? 다만 역량을 비축하여 훗날을 도모하면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냥 짖을 일이 아니다. 시대정신은 대의(代議)라는 말로 치환된다. 이기는 것이 장땡이다. 승리자에게 모든 것을, 그것이 현실이다. 개는 사람을 물지만 사람이 개를 물 수는 없다. 누가 개이고 사람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연금술사와 변검(變臉)의 나날이다. 사랑할 날들이 많지 않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