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떠난 것들이 왜 내게는 남아 있는지 몰라서
강릉 바다 앞에 선다
무엇이 이리 막막한 걸까요?
어머니, 아버지!
이토록 그을은 그리움이 세상 어디에 있는지요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묻는다
모르는 것 투성이가 그을음이었다
그을음 자욱한 물음은 바다에서 산으로 메아리를 울린다
나는 바다의 창문을 열고 내다본다
육이오 때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남몰래 밝혔던
등불이 내 상처 위에 남아 있다
그것이었다구요?
그리움의 그림자를 보라구요?
막막한 그것이라구요?
…….
윤후명은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시로 먼저 등단했다. 위의 시는 말년에 다다른 시인이 부모님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절절하게 토로한다. 시인은 그 그리움을 그을었다고 말하는데, 그을음은 “모르는 것 투성이”로 인해 생긴 것, 그는 자신의 그리움이 무엇 때문인지 막막한 것이다. 하나 그리움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리움의 그림자인 그을음이라고 한다. “남몰래 밝혔던” 등불에 의한 상처인 그 그을음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