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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구호물품 관리 부실 파문···영양군 행정 신뢰 ‘시험대’

장유수 기자
등록일 2025-09-25 15:25 게재일 2025-09-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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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물품 축제 사용·비피해 마을 배부 의혹
피해 주민 외면, 정보공개 의무 방기···깜깜이 행정 논란
영양군청전경/영양군 제공

지난 3월 경북 북동부를 강타한 대형 산불은 영양군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주택과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전국 각지에서 구호품과 의연금이 쏟아졌다. 피해 주민들은 “국민적 성원 덕분에 다시 일어설 희망을 얻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불과 반년 만에 그 구호품을 둘러싼 관리 부실과 불투명한 사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산불피해 주민들에게 또한번의 상처를 주고 있다. 기부자들의 선의도 무색해졌다.

최근 영양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피해 주민 대신 피해가 없는 마을이나 단체에도 물품이 전달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돕고자 한 마음이 축제나 비피해 지역에 흘러들어간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은 지난 5월 열린 ‘영양산나물축제’에서 본격 점화됐다. 여러 주민들은 “축제 참가 단체에 배부된 생수가 구호품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이는 ‘재해구호법’ 제17조 제2항, 즉 의연금품은 반드시 피해 주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구호품은 기부자의 의사와 법적 취지를 따라야 하지만, 행사 지원이나 홍보용으로 쓰였다면 ‘감사의 선물’은 곧 ‘행정의 오남용 사례’로 전락한 것이다.

구호품 보관 과정 역시 도마에 올랐다. 

정식 창고가 아닌 영양농협 농산물집하장에 적재됐고, 주말·야간에는 관리 인력도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 사이 도난 사고가 벌어졌다는 소문도 나돌고, 유통기한이 지난 물품이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투명성이다.

‘재해구호법’ 제17조의2항은 의연금품의 접수·사용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명시했지만, 영양군 누리집에서는 관련 자료를 찾기 어렵다. 기부자가 지적했듯 ‘사용 내역조차 공개되지 않는 행정’이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타 지자체 사례는 대조적이다. 2019년 강원 고성군은 대형 산불 당시 기부물품을 전산 시스템으로 실시간 관리하고 홈페이지에 수령·배부 내역을 상시 공개해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 2022년 울진군도 임시 창고를 마련해 도난·분실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때문에 영양군이 구호품 보관 시설과 공개 시스템 모두에서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한 행정 전문가는 “재해 구호는 국민적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기부 문화 자체가 위축된다”고 경고했다. 

구호품 관리문제를 제기한 기부자는 △의연품 수령·사용 내역 공개 △피해 주민 실질 지원 내역 확인 △도난·폐기 등 관리 책임 규명 △축제 배부 의혹 해명 및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영양군은 이에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군 관계자는 “자유게시판 글은 공식 민원이 아니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기부물품은 정상적으로 지급·운영됐다”고 반박했다. 다만 “공식 민원이 접수되면 조사와 답변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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