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모든 것들, 모든 곳들, 오래된 잉크병,
서랍 속에 넣어둔 지우개,
길모퉁이 지린내,
보도블럭 사이에 핀 식물,
수북이 쌓인 나뭇잎,
계단- 커피 쏟은 자국,
不在한 시간들에 빛나는 거
1827년 템스 보고서: 130개 이상의 공용하수구,
쓰레기장과 거름더미에서 흘러나온 오수.
병원 쓰레기-도살장 쓰레기.
염료-납-비누원료.
제약 공장 및 각종 제작소에서 나온 폐기물.
동물사체
…..
모든 시의 제목이 밑에 달려 있는 이 시인의 ‘북극점 수정본’이라는 시집에 실린 시. 시인은 이 시집 서두에서 “멜로디가 먼저이고, 이념이 그 다음에 온다”고 말한다. “근원적 멜로디”가 심연에서 울리면, 그 후에 그 멜로디(시의 본문)를 이념(제목)으로 응축하게 된다는 것. 시간이 부재한 이 시대의 지워지는 감각과 버려진 사물들, 죽음을 낳는 근대에서 유래한 그것들은 ‘멜랑콜리’의 멜로디를 울리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