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포항통신

등록일 2025-09-17 15:37 게재일 2025-09-18 17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박계현作 ‘화병과 꽃다발’

몸에 좋단다

검정콩 흑미 검은 깨

다 빠사가지고 몇 봉지 만들었다

머리 빠지는 것에도 효과가 있다더라

아침마다 문안인사하듯 이 미숫가루 챙겨 묵아라

해줄 게 이밖에 없다

동네 늙은이들 심심풀이 무농약으로 가꾼 것

눈여겨 보고 챙겼으니

두루두루 단디 챙겨 묵으먼

몸에 쪼매 도움이 안 되것나

술 적게 묵고 돈 벌 요량을 해라

세상이 만만찮아도 성실하면 누가 이기겠노

참, 서울 멀다, 꿈길에도 못 갔다

그저 연속극 나부랭이나 보고 곱씹으며

찬밥 한 숟갈 뜬다

그렇게 하염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왔지만

사람의 길이 중요함은 이미 지켜보고 있다

하여 문밖이 저승이라 함부로 아무 말도 못 한다

타향살이 풍진에 부대낄 니 생각

아프고 아프다

그래도 사는 게 행복타

서럽고 고맙다.

 

뜬금없이 보내온 꾸러미 속의 편지에 잠을 못 이루었다.

서울의 늦가을 달빛이 찼다. 미숫가루는 못 먹고 막걸리 잔에 깊이 손을 담그는 밤이었다.

친구인 고두현의 시 ‘늦게 온 소포’와 뉘앙스가 비슷해서 머쓱하지만, 내 앞의 현실이었다. /이우근

 

Second alt text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이우근 시인과 박계현 화백의 포항 메타포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