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
어느 날은 컹컹 짓고 어느 날은 냐옹 울기도 하는
횡단보도
절뚝이는 다리로 나를 따라 집까지 온다
병원 같은 게
입원실 간이침대 옆 쪼그려 앉은 그림자 같은 게
쉽게 부서지는 게
부서지고도 반짝이는 게
공병 같은 게
나와 함께다
함께 먹고 함께 잠든다
함께 꿈속을 거닌다 지옥의 숲을 산책하듯이
…
횡단보도가 시인을 따라온다. ‘횡단보도’란 그 길 위에 있던 버려진 것들의 제유다. 가령 유기견이나 유기묘의 울음소리와 같은, 또는 병들어 “쪼그려 앉은 그림자 같은” 것도. 그러니까 “쉽게 부서지는/공병 같은” 것들이 시인을 따라와 함께 먹고 잠든다”는 것. 한데 그것들은 “부서지고도 반짝”여서 시인의 꿈속까지 따라와 함께 거닌다. 비록 이 시인의 시속일 그 꿈은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지옥의 숲’이지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