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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 없는 울릉공항 활주로 ‘참사’ 부른다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5-09-16 09:41 게재일 2025-09-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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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경북부·국장

울릉공항 공정률이 66%를 넘어섰다. 수십 년 꿈꿔온 하늘길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냥 기뻐하지 못한다. 활주로 길이 때문이다. 

울릉공항은 당초 활주로 1200m로 설계됐다. 이는 50인승 소형항공기 기준이다. 하지만 소형항공업계는 이미 80인승 기체를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다. 짧은 활주로, 미래가 불안하다. 활주로 연장 없이는 이착륙 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종단안전구역도 90m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기준에 미달한다. 

울릉도의 기상이 전국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것은 이미 정평나 있다. 연간 138일이 강풍에 시달리고, 안개와 돌풍은 언제든 비행기를 위협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활주로와 안전지대 확보를 미루는 건 ‘위험을 제도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안 참사를 잊었는가” 울릉군민들이 지금 외치는 소리다.  2024년 무안국제공항 사고는 아직도 국민 기억 속에 생생하다. 짙은 안개 속 활주로 이탈로 아까운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활주로 안전 기준을 무시한 결과가 어떤 참사로 이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뼈 아프게 경험했다.  울릉공항은 그보다 더 가혹한 조건, 돌풍과 안개, 급변하는 날씨 속에 지어진다. 무안의 비극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안전의 기준을 높일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추진위원회는 지난 5일부터 전국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운동은 단순한 지역 이슈 아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과 국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종교계와 정계 인사들까지 나서면서 운동은 더 이상 ‘섬 주민들의 호소’에 머물지 않는다.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울릉공항은 단순한 교통편의 시설이 아니다.  주민들의 생명선이자 대한민국 안보는 물론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이다.  활주로 길이와 안전구역 확보 없이 개항을 서두른다면, 이 하늘길은 미래 번영의 초석이 아니라 두 번째 참사의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안전 없는 공항은 존재 이유가 없다”이 당연한 명제를 정부와 관계기관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그 태도가 울릉공항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울릉 섬 주민들은 육지와 단절돼 수십 년간 불편과 고립을 감내해야 했다.  줄기차게 공항을 외쳤던 이유다. 그 결실이 목전에서 또다른 암초를 만났다. 외딴 섬 울릉 주민들에게는 활주로 연장이 생명줄일터다.  

개항하면 대한민국 국토 균형발전과 영토 수호의 상징이기도 할 을릉공항.  정부는 섬 주민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절규하는 외침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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