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무라 고타로(김정신·김태영 옮김)
그렇게도 당신은 레몬을 기디라고 있었다
슬프고 희고 밝은 죽음의 자리에서
내 손에서 받은 한 개의 레몬을
당신의 고운 이가 우드득 깨물었다
황옥빛 향기가 감돈다
그 몇 방울 하늘의 것인 레몬즙은
번쩍 당신의 의식을 정상으로 했다
당신의 푸르고 맑은 눈이 희미하게 웃는다
내 손을 잡은 당신의 힘의 건강함이여
당신의 목구멍에 거센 바람 소리는 있지만
이런 생명의 벼랑 끝에서
지에코는 원래의 지에코가 되고
생애의 사랑을 한순간에 기울였다
(하략)
….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일본 시인 고타로. 그는 정신분열증으로 사망한 아내 지에코를 그리워하는 시집 ‘지에코초’(1942)를 발간한 바 있다. 위의 시는 그 시집에 실린 시. 병상의 지에코는 죽기 직전의 이상처럼 레몬을 먹고 싶어 했다는데, 그녀가 레몬을 깨물었을 땐 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와 “맑은 눈이 희미하게 웃”었다고 한다. “생명의 벼랑 끝에서” 사랑을 기울이는 ‘원래의 지에코’로 돌아온 순간이었다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