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물이 닿는 모든 자리가 깨끗해지진 않는다
지하철도 지하로만 다니지 않고
잔뜩 취한사람 옆에서
꽤 오래 문이 열려 있던
냉장고 냄새와 비슷한 냄새를 맡는다
이 감정은 상온에 보관해야 한다
바닥으로 더 들어가는 바닥과 빗물
작은 웅덩이를 피해 걷는 사람들
앞서가는 뒷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줄눈같이 살아남아 물때가 낀다
분홍색 형광펜을 제 몸에 그은 듯
죄다 중요한 사람들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서
더욱 중요해지려는
미끌거림들
…………….
비오는 거리에 물이 닿아도 더러워지는 작은 물웅덩이(‘포트홀’). 시인은 이 웅덩이가 제공하는 풍경을 기록하려 한다. 취객 몸에서 풍기는 “오래 문이 열려있던/냉장고 냄새를 맡”으며 생기는 감정을 “상온에 보관해야” 하듯이. 그 풍경은 빗물이 “바닥으로 더 들어가는” “웅덩이를 피해” 걸어가는 이들의 뒷모습이다. 이들이 자신들 몸에 “분홍색 형광펜을” 그으며 “더욱 중요해지려”고 ‘미끌거’리고 있는 삶의 풍경.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