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민
끝난 것 같은데
끝나지 않은 사람
서는 대신 누워버린 사람
누워서 종일을 걷는 사람
아무리 걸어도 빨간불인 사람
그릇에 떨어진 동전의 힘으로 사는 건지
모르는 사람
아직 지지 않은 사람
지치지 않는 사람
몸과 고무가 하나지만 여름에는
고무다리가 옥수수 잎처럼 더 자라는 사람
(중략)
배달 오토바이처럼 한번씩
바닥에 뒤집혔다가도
끝내, 끝내지 않는 사람
……
예전엔 다리 잃은 장애인이 고무다리를 붙이고 바퀴 달린 판자 위에 엎드려 시장이나 역 주변을 돌며 구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던 바, 시인은 이 장애인 걸인으로부터 어떤 숭고한 생명력을 보았던 듯싶다. 그 장애인의 모습을 보면 “끝난 것 같”지만, 그는 결코 “끝내지 않고”, 세상이나 운명에 “지지 않”으며, 그것도 “누워서 종일을” 걸어도 “지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시인은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