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성주군청의 아침 출근길은 잠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병환 군수를 비롯한 직원들이 출근하는 동료들에게 ‘청렴 포춘쿠키’를 나눠주며 청렴한 하루를 응원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며칠 뒤에는 전 부서장들이 모여 ‘직장 내 갑질’과 같은 예민한 주제를 놓고 소통 간담회를 열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연초부터 계속된 ‘공직 부패행위 집중신고기간’ 운영은 이제 정례화된 모습이다.
일련의 행사들을 보며 문득 질문이 들었다. 성주군은 왜 이토록 끊임없이,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청렴’을 외치는 것일까? 단순히 정부가 주관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형식적인 노력은 아닐까?
며칠 간의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성주군이 강조하는 ‘청렴’은 단순히 ‘부패하지 않는 것’을 넘어, 지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행정철학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었다.
요약하면 첫째, 청렴이 군민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인구 5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지역 공동체에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순간, 모든 정책은 동력을 잃고 만다. 내가 낸 세금이 투명하게 쓰이고, 모든 행정 절차가 공정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군민들이 지역에 애착을 갖고, 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성주군이 벌이는 청렴 캠페인들은 결국 이 신뢰의 자본을 쌓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인 셈이다.
둘째, 청렴이 가장 효율적인 ‘지역 발전’ 전략이라는 것이다. 불공정한 특혜나 불필요한 관행이 사라진 자리에는 효율성이 싹트기 마련이다. 공정한 절차는 건실한 기업 유치와 투자 촉진의 첫걸음이 되고, 투명한 예산 집행은 한정된 재원을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도로, 복지, 문화 시설에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성주는 ‘참외’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청렴한 성주 행정은 대내외적으로 이 브랜드 가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보호막과도 같다.
세째, 청렴은 ‘자부심’의 원천이다. 공직자에게는 깨끗한 조직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군민에게는 공정한 지역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병환 군수가 간담회에서 “자부심이 넘치는 공직사회를 만들자”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 군은 깨끗하다’는 공통의 자부심은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청렴 행정은 자치단체들이 입모아 외치는 구호다. 그러나 지키기가 쉽잖다. 유혹도 있고 과거 관성 또한 있어서다.
그러나 성주군은 이병환 군수 이후 직원들이 지겹도록 청렴을 외치고 교육하며 토론해 왔다. 이제 그 노력들이 켜켜히 쌓여 군민들이 믿음과 신뢰를 보내는 단계에까지 다다랐다. 어떻게 보면 이는 매우 소중한 성주의 자산이다. 더욱 잘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그것이 성주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군민들이 청령 군 행정에 신뢰를 보내면서도 혹여 흐트러지지나 않을까, 늘 지켜보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