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루리코(정수윤 옮김)
레스토랑에서/ 나와 함께/ 수프를 먹은 건/ 새들입니다
투명한 부리를 훔치며/ 일어서더니/ 차례차례/ 박쥐우산을 펼쳐/ 석양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홰 위에서 홀로/ 비 소식을 듣는 건/ 나입니다
웨이터가 / 새장 문을 열고/ 발자국을 모두/ 어둠 쪽으로 쓸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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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현역시인 루리코의 시. 직접 꾼 꿈을 환상적인 시로 변환하여 발표했다고. 위의 시도 꿈과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시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새들이 식사를 하고 식사를 마친 새들은 석양 속으로 들어간다. 시인도 조류가 된 걸까, “홰 위에서” “비 소식을 듣는”다니. 발자국을 “어둠 쪽으로 쓸어”내는 웨이터는 ‘시간’의 화신일까. 의미 해석의 정답은 없어서, 여러 가지로 읽어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