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해
사람이 죽는 순간
몸 바깥으로 빠져나온 영혼은
광속光速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요
그 사람
다음 세상이 결정되기 전까지
빠르게 우주 속으로 돌아간다 해요
사람들은 사십구제祭로 망자를 위로하지만
이미 떠난 사람,
그 사람은 여기 없어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면 동물, 식물이면 식물,
생명을 가진 모든 만물도 그러하대요
생명들이 무수히 사라지는 속도를 느껴보세요
살아가면서 문득 오싹한 바람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지요
나이 드신 사람은 더 자주 느낀답니다
…
죽은 이의 영혼은 죽은 후 49일 동안 삶에 대한 미련으로 이승을 떠돈다는 통념을 뒤집는 시. 그 영혼은 죽자마자 “광속보다 더 빠르게” “우주 속으로 돌아간다”는 것. 사람만이 아니라 생명체 모두가 그렇다고. 우리가 “문득 오싹한 바람을/느”끼는 것은 그 영혼의 귀환 속도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의 영혼은 사는 동안에도 이 세상을 떠나 고향인 저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