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올해로 80주년을 맞았다. 일제 식민통치에서 드디어 벗어나던 그해 포항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역사 기록을 따라가 보면 지금의 중장년층들은 모르는 일이 숱하게 많다.
그해 6월, 포항과 부산진을 잇는 동해남부선 철도가 개통돼 공식 영업을 시작했다. 영남권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한 달 뒤인 7월 지금은 사라진 옛 포항역 역사가 새로 준공됐다. 그 뒤안길에 ‘학산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광복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9월 8일, 영일군 오천에 있던 오천비행장(당시 일본 해군 영일항공기지)에 주둔하던 일본군은 미군에 의해 무장 해제됐다. 미군의 비행장 접수와 함께 포항 지역의 일본군 지배는 사실상 종식됐다.
그러나 이 시기 대구·경북 각지에서 모여든 일본인들은 자국으로 귀국할때 재산 반출 제한을 피하기 위해 포항항, 구룡포항, 감포항 등지에서 자신들의 어선을 이용해 밀항 형태로 일본으로 돌아갔다.
기록에 따르면 포항항에서만 100여 척의 밀항선이 출항했으며, 이는 해방 직후 포항 수산업이 정상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주요 원인이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일본어식 마을이름이었던 ‘향도동(向島洞)’이 지금의 ‘송도동(松島洞)’으로 개칭됐다. 이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지역 정체성을 되찾는 상징적 조치였다.
이어 11월 1일,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현재 해운항만청의 전신인 미군정청 교통국 산하 포항부두국이 설치됐다. 같은달 말, 일본에서 기아와 추위에 시달리던 동포들을 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귀환동포 수송대책이 수립됐다. 그 첫걸음으로 포항항에서 3척의 수송선이 일본 시모노세키항으로 향했다.
1945년 포항은 해방의 기쁨과 함께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숨가쁜 시간 속에 있었다. 80년이 지난 지금, 그 역사는 여전히 이 도시의 뿌리이자 미래를 향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