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난 3일 8·22 전당대회의 첫 공식 일정인 후보자 비전대회를 열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5명의 후보는 이날 핵심 공약을 발표하며 각자의 비전을 공개했지만, 혁신의 방향을 놓고 극명하게 입장이 엇갈렸다. 오는 8일부터 대구·경북에서 시작되는 후보자 합동연설회도 이런 식으로 흐를 경우,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내갈등을 더 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비전대회에서 반탄(탄핵 반대)파로 분류되는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예상대로 당의 혁신보다 ‘단일대오’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 후보는 첫 마디부터 “지금은 단결하는 게 혁신”이라고 했고, 장 후보는 “당론을 따르고 열심히 싸운 사람이 혁신의 대상일 수는 없다. 싸울 때 피해 있던 사람들이 전투에서 피범벅이 된 동지를 향해 손가락질 할 자격은 없다”고 했다.
반면, 찬탄(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내부 쇄신’을 강조했다. 두 후보는 그동안 ‘인적 쇄신’을 내세우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둔한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안 후보는 “당내 극단 세력과의 단절이 혁신의 시작점”이라고 했고, 조 후보는 “극우의 손을 못 놓는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국민의힘 해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반탄파를 공격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발표에 앞서 “더 이상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편 가르기를 하거나 낙인을 찍는 언사를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지만, 우려한 대로 발표회장은 계파 간의 갈등으로 얼룩져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 2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여당 대표가 된 정청래 의원은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헌법을 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이나 예산책정 과정에서 야당을 파트너로 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야당 해산’까지 거론하는 정 대표를 상대로 국정운영을 견제할 수 있는 리더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