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시민들이 지켜보는 공공장소에서 시의회 사무국 직원의 뺨을 때리고 폭언을 하는 등 공개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구미시의회 안주찬의원에 대한 징계가 23일 본회의 안건심의에서 30일 출석정지로 당초예상보다 한단계 낮게 결정됐다. 안의원에 대한 제명과 처벌을 요구하며 잇따라 규탄집회를 열어왔던 구미시공무원노동조합은 물론 일부 시의원까지 당혹감과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곽병주 구미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날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퇴출되어야할 동료의원을 감싸고 도는 지방의원들의 행위는 스스로를 범죄집단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향후 경북공무원노조연맹과 시민단체 등과 연대한 규탄집회를 열어나갈 것"이라며 반발을 예고했다.
지난 9일 안 의원을 제명하기로 의결하고 본회의에 징계안건을 회부한 시의회 윤리특별위 허민근 위원장도 이날 징계처분 결과에 대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향후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교상 구미시의장 역시 “의장 개인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시의원 개개인들도 표결 결과에 따른 시민들의 질책과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 아니겠냐”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징계 수위가 최종 결정되자 당사자격인 구미시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더욱 격앙했다. 폭력피해 당사자는 이 사안에 대해 묵묵부답하고 있지만 주변 동료 직원들은 “가해자인 안의원께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 참회하지 않는 폭력가해자에게 방패가 되어주고 징계수위를 낮추어주는 동료 의원들의 태도를 보면서 역시 ‘가재는 게편’ 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사실 이날 제명 징계처분이 부결된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는 후문이다. 많은 의원들이 시민들의 공개적 비난과 언론의 거센 비판에 고개를 숙이며 ‘제명처분이 불가피하다’ 는 분위기가 당초 예상이었다. 예상됐던 징계수위가 갑자기 뒤틀린 과정을 놓고 확인되지 않은 여러 루머까지 나돌고 있는 지경이다.
과정이 어찌됐든 이날 징계수위 변경으로 징계대상자인 안의원은 제명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 대신 나머지 24명 시의원들은 ‘여론 비난의 짐’을 모두 함께 떠안게 됐다. 동료의원의 허물을 덜어주고 감싸주려는 얄팍한 호의와 동정심이 ‘가재는 게편’이라는 비판의 굴레에서 구미시의원들은 과연 자유롭고 떳떳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