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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등록일 2025-06-23 18:17 게재일 2025-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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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밀레이(최승자 옮김)

우리가 떠돌며 거쳐 가는 이 들판에서

나비들은 하얀색이고 푸른 색이다.

네 손을 잡도록 허락해 다오.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라.

 

그 시각에는 우리가 알았던

모든 것들이 재가 되리라.

저 무상한 나비를 마음에 새겨 두라.

나비가 꽃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네 손을 잡도록, 허락해다오.

너를 가슴에 품도록 허락해다오,

하늘에 새벽이 나타날 때까지.

내가 그르든 혹은 옳든,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라.

…..

1900년대 초중반에 활동한 미국의 여성 시인 빈센트 밀레이. 그녀는 매우 활동적인 삶을 살았지만, 한편으로 깊은 니힐리즘을 녹인 시-옮긴이 최승자의 시와 잘 어울리는-를 발표했다. 위의 시도 그렇다. 화자는 보통 저승으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여겨져 온 나비의 손을 잡고 마음에 새겨두고자 한다. 꽃에 매달린 나비의 아름다움을 따라 가기 위해서, 하여 “하루나 이틀 뒤에” 올 죽음의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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